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바람이 시작하는 곳- 정현종

여만 2011. 3. 30. 16:45

바람이 시작하는 곳   

        - 정현종


하루를 공친다

한 여자 때문에.

하루를 공친다

술 때문에.

(마음이여 몸이여 무거운 건 얼마나 나쁜가)

정신이라는 과일이 있다.

몸이라는 과일이 있다.

그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두엄이고 햇빛이고

바람이거니와

바람 없는 날은

자기의 무거움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대지여

여자는 바람인가

술은 햇빛인가

그러나 언제나

마음은 하늘이다

바람이 시작하는 그곳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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