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만 2020. 7. 6. 16:29

마그마

 

  김인숙

 

 

당신이라는 나라에 가기 위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체온이 끓어오르고 있어요
이렇게 온몸에 불을 붙여 상승하다 보면
언젠간 재만 남게 되겠지만
뭐, 어때요
이것이 내가 당신에게 접근하는 방식인 걸요

범접하기엔 차마 먼 빙벽처럼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거리, 꼭 그만큼의 거리에서
당신은 굳게 닫혀 있군요
평생을 치받아도 동요하지 않는 당신을
지축(地軸)이라 불러도 될까요
고독이라 불러도 될까요


입구도 없고
출구도 없는 천공(穿孔) 속의 당신

당신이라는 나라에 닿기 위해
나 오래전부터 화려한 분신을 꿈꾸었지요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불을 품고 살았지요

틈을 보여주세요
화려한 분출을 보여드릴게요

 

 

 

       ⸺시집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2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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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 강원 강릉 출생. 성신여자대학교 동대학원 일문학 석사. 관동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겸임교수 정년퇴임. 2012현대시학으로 시 등단. 2017시와 세계로 평론 등단. 시집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