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해요?/초록섬 일기

당신이 보낸 꽃말

여만 2015. 2. 15. 15:13

당신이 보낸 꽃말

 

 

 

 

어디를 돌고 돌아 이제야 왔을까

늦봄, 기억에서 잊힐 뻔 했던 편지가 이제야 도착했다

급히 알전구를 켜는 내 눈이

천천히 봉투를 뜯어내자

누구의 따뜻한 가슴 안에서만 살았던 살뜰한 말들이

저 깊이에 가만히 담겨 있다

 

내가 모르는 먼 나라 말 같은

분명 나와는 다른 필체인

연분홍 채송화씨앗 같이 아주 작은 글씨들

조심조심 한 장씩 넘겨보는데

알록달록한 향내가 순식간에 실핏줄을 타고 몸 속으로 퍼져나갔다

바로 그때,

 

순식간에 또르르 굴러

스스로 봉투를 빠져나오는 글씨들

땅 밑으로 뿌릴 내리고 새움이 트고 이윽고

나의 허공을 기쁘게 물들였다

 

이 모든 건

단지 오지 않은 내일을 상상하는 일에 불과한 것이겠지만

이 편지의 문장도 그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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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부실한  나무를 베어내고 우거진 잡풀을 뽑아내고 땅을 일궜다.

 

향기로 그득 찬 비밀한 사각 박스 하나,  

장난스럽게 내민 그녀의 혓바닥처럼

자그맣게 이파리가 돋은 사과나무 곁에 숨어

내 눈이 서둘러 봉투를 열자

투명한 비닐봉지 안에서 까르르 웃는 웃음소리가 튀어나온다.

이어서 두근두근 들려오는 

그 사람 마음속에 오래 살았던 형형색색의 속말들.........

 

나는 작은 봉지마다 무수히 담긴 따뜻한 말들을 꺼내 서둘러 읽어야 했다.

 

오래 눈길 주지 않던 집 뒤 사과나무 옆에서 연방 나도 따라 웃으며

짜잔, 하고 만들어진 작은 꽃밭 하나.

 

일명 '미니꽃밭'~!!

 

내 소중한 사랑, 꽃밭 하나가 기쁘게 나타났다.

 

머잖아 여기에는 햇빛이 들고 은은한 향내가 퍼지고

밤별 같은 무수한 조명등이 켜질 것이다.


(2014.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