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두만강 푸른 물 -이대흠
여만
2011. 2. 19. 14:50
두만강 푸른물
이대흠
파고다공원에 갔지 비오는 일요일 오후 늙은 섹스폰 연주자 가 온몸으로 두만강 푸른 물을 불어내고 있었어 출렁출렁 모여 든 사람들 그 푸른 물속에 섞이고 있었지 두 손을 꼭 쥐고 나는 푸른 물이 쏟아져 나오는 섹스폰의 주둥이 그 깊은 샘을 바라 보았지 백두산 천지처럼 움푹 패인 섹스폰 속에서 하늘 한자락 잘게 부수며 맑은 물이 흘러나오고 아아 두만강 푸른 물에 님 싣고 떠난 그 배는 아직도 오지 않아 아직도 먼 두만강 축축한 그 섹스폰 소르에 나는 취해 늙은 연주자를 보고 있었네 은행 나무 잎새들 노오랗게 하늘을 물들이고 가을비는 천천히 늙은 몸을 적시고 있었지 비는 그의 눈을 적시며 눈물처럼 아롱졌어 섹스폰 소리 하염없을 듯 출렁이며 그 늙은 사내 오래도록 섹 스폰을 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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