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만 2018. 2. 15. 08:00


어린 질문


  김희숙




어린 질문은 대부분 깨져 있어

멀리서 보면 별모양이다

어린 말에는 사금파리가 들어있거나

부서진 햇살이 들어있다

자꾸 눈을 찡긋거리게 한다


어린 말들은 방언하는 듯하다가

어느 날 쑥쑥 자라난다


오래전에 질문을 던져놓고 뒤늦게

찾으러 오는 어른이 있다


반쪽의 질문에는 반쪽의 대답을 주면 된다

나이가 들수록 질문의 정답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질문하고

알고 있는 답을 또 질문한다


질문에 뿔이 달려 있거나

검은 허방이 묻어 있어 한쪽 발을 슬그머니 넣는다

간혹 허공에 대고 질문하는 이도 있지만

그건 헛헛한 웃음을 대답으로 듣는다


퇴근길, 깨진 질문을 주머니에 가득 넣고 걸으면

만지는 손끝이 까르르 웃는다


질문은 진화하고

늙고

대답보다 더 많이 생겨나거나 바뀐다



        —《시와 표현》201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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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숙 / 光州 출생. 2011년 《시와표현》으로 등단. 시집『곡물의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