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물방울의 뼈 -손택수

여만 2018. 1. 2. 09:00

물방울의 뼈

 

      손택수

 

 

 

유리창에 먼지가 엉겨 붙어 있다

빗방울 후두기고 간 자리다

 

비에게도 비망록이 있었다면

먼지는 물의 뼈였나 보다

물을 다비한 사리, 하루살이 떼 같고, 비듬 같고

밀어내는 발각질 같고,

장맛비 뒤의 웅덩이

졸아붙은 속의 일어난

흙비늘 같은

 

먼지 낀 창의 불투명이 풍경 쪽에 나를 더 다가서게 한다

먼지가 창문의 화소다

 

붙어 있던 살점 다 어디 가고

어느 창에 붙어 흐려지려나

오래전 물방울의 글썽임을

증명하고 있는 뼛가루

 

      ⸻《불교문예2017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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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 / 1970년 전남 담양 출생. 부산에서 성장. 1998한국일보신춘문예에 시 당선.시집 호랑이 발자국』『목련 전차』『나무의 수사학』『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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