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만 2011. 2. 14. 13:14

달몸살*

                             이대흠

 

  제 몸의 중심에 벌레들을 기르는 귀목나무 아래에서 아프다는 것이 축복임을 안다 앓는다는 것은 내 안에 누군가를 키우고 있다는 것 아픈 몸은 홀몸이 아니라는 것 잎 돋는 귀목나무 바람과 노는 걸 보며 알았다 순과 꽃 우거진 봄 언덕은 팔만대장경 오래 동무한 병과 함께 누워 묵언의 말씀들 그 향에 취한 채 달몸살을 앓는다는 한 스승을 생각했다 어느새 바닷물이 몸으로 들고나서 바다와 함께 화를 내고 바다와 함께 쓸쓸해진다는 그 그는 나보다 오래 앓아서 우주와 한 호흡이 되었으리라 내 안에 이는 바람에 툭 하고 잎이 돋는다 누군가 나에게 병든다는 것에 대해 묻는다면 앓으며 살아가며 한 호흡이 되는 것이라고 죽을 만큼 아프면서 끝내 사랑하는 것이라고 누군가 나에게 사랑에 대하여 묻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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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몸살 : 고향인 장흥 득량만 바닷가에 토굴을 짓고 소설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한승원 선생은 밀물일 때는 괜히 흥분되고, 썰물일 때는 쓸쓸해진다고 한다. 달의 인력에 바닷물이 움직이듯 사람 몸 안의 물도 만조가 되고 간조가 되어 그렇다는 것이다. 선생은 물이 들고 날 때면 몸살이 나는데, 그것을 달몸살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