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만 2011. 2. 3. 14:55

불뚝 불뚝 
 
              전기철

 


아침에 집을 나설 때
골목 보도블록 위에서
서성이고 있던 돌멩이 하나가
저녁에 돌아올 때에는
정류장 아스팔트 위에서
발길과 발길 사이
찻길과 인도 사이에서 곡예를 한다.
오, 위태로운 자유
돌멩이의 안부가 궁금하여
저녁 내내 가슴을 졸이다가
아침 일찍 정류장에 가보니
없다. 그렇게
잊어버리고 있던
어느 날 저녁
술집 앞에서 굴러다니는 허무
다른 돌멩이이겠거니 무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꾸 발이 무거워 제제 걷는데
교회 앞에서 또 한 돌멩이를 발견하고는
이 돌멩이가 그 돌멩이인가.
그 돌멩이가 이 돌멩이인가.
난 한달음에 도망치고 말았는데
그날 밤 명치에서 불뚝거리는 게 있어
한잠도 들지 못했다는 말을
믿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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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 굴리고 저리 차이는 돌멩이, 어느 날에는 술집이나 교회 앞에서도 굴러다니는 그 돌멩이. 그러다가 우리 가슴 저 밑바닥에서 세상을 향해 불뚝 불뚝 뛰쳐 나오려고 하는 그 돌멩이. 그 돌멩이는 다름아닌 우리네 인생이다.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