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새로운 질문법 -김대규
여만
2011. 2. 2. 10:48
새로운 질문법
김대규
나는 너에게
왜 사느냐 묻지 않는다.
지금은 정말 어려운 시절이므로.
나는 너에게
얼마나 아프냐 묻지 않는다.
아직은 그냥 살아 있어야 하므로.
젊음만을 휘날리던 너희들의 깃발은
어느 바람에나 쉽게 찢기고,
불의(不意)의 바람에 날리는 것 가운데서
가장 가벼운 것은
목숨이라는 슬픈 사실에 우리는 합의한다.
죽음에 대해 묻지 않는 세대들에게
삶은 아무런 해답도 주지 못한다.
두려운 예감일 수록 기막히게 적중시키며
어둠을 몰아내던 우리들의 마지막 포효가
끝내 메아리로 돌아오지 않을 때,
그 때부터 놀랍게도 새벽이 다시 열리고
불면의 사내들은 어디론가 떠난다.
그렇다.
새가 비상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지만,
사람은 날 수 없을 때 떠나고
그렇게 떠난 사람은 쉽게 돌아오지 않다가
언젠가 일시에 몰려온다는 것만 확실하다.
그 때가 언제일까?
우리는 이제 새로운 질문을 시작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