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고요의 무게 -권달웅

여만 2015. 6. 30. 10:00

고요의 무게

 

    권달웅

 

 

 

저물 무렵 포플러 나무에서

재잘거리는 참새 떼처럼

살아 움직일 때에는

고요를 알지 못한다.

 

공연이 끝난 무대

화장터에 피어오르는 연기

구석으로 몰리는 가랑잎

죽은 시인의 시

 

움직이던 것들이 멈추면

방금 전 소란함이

문득 고요해진다.

 

멀리 걸어온 사람이 소실점이 되어

씨앗처럼 날아갈 때

실리는 바람의 무게처럼,

 

   —시집『염소 똥은 고요하다』(201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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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달웅 / 1944년 경북 봉화 출생. 한양대 국문과 및 대학원 졸업. 1975년 《심상》신인상으로 등단. 시집『해바라기 환상』『사슴뿔』『바람 부는 날』『지상의 한 사람』『내 마음의 중심에 네가 있다 』『크낙새를 찾습니다』『반딧불이 날다』『달빛 아래 잠들다』『염소 똥은 고요하다』, 시선집『초록세상』『감처럼』『흔들바위의 명상』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