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오고 있구나
우리는 이제 봄에 대해 말해야 한다.
봄 뒤의 봄 풍경을 생각하고 더듬어야만 한다.
대체 봄은 저들의 몸에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마법에 걸린 듯
아름답고 불가사의한 봄!!!
버들의 몸에 푸른 핏기가 돈다.
눈부신 햇살 아래 버들은 봄잠 중이다.
지금 어느 양지바른 데서는 얼음 흙을 뚫고 쑥이며 냉이며 달래들이 고갤 내밀 것이다.
머나먼 길 돌아 뒤뚱대며 오는 저것들......
봄소식/김재환
입춘이 열흘 남짓 남은 1월 한낮, 뜨락이 가만 날 붙잡는다
아직 한 줄기 온기가 필요한 화단
새벽빛이 몰래 어스름을 벗겨내듯
제 몸에 묻은 흙 툭툭, 털어내며 조심조심 내미는
저 얼굴,
나는 지금 푸른 빛깔이라곤 하나도 없는 화단 앞에 키를 낮추고 있다
놀랍게도,
지난봄은 여기서 휘황한 순금빛 복수초를 뽑아 보여주었다
내 마음 먹먹하고 열렬히 흔들리고
결코 잠결에서도 지울 수 없었던
그 꽃!
오오, 그래 바로 너였구나
헤어지잔 말도 없이 꽃잎 떨구어지듯 어느 날 불쑥
누군가를 잃은 뒤 애써 외면하던 저
꽃밭
느닷없는 꽃밭의 기척을
화들짝 끌어안는,
어루만지는, 내 눈에 흥건히 노랑물이 들었다
너는 봄의 얼굴이다.
두터운 얼음장을 겨우 밀치며 어린 녀석 상사화가 빼꼼 얼굴을 내민다.
아고 저 저기, 어린 것들.......
가만 귀 대면 눈부신 심장소리 들릴 것만 같다.
그래, 어서 오려무나.
모진 겨울을 너는 잘도 견뎠구나.
참으로 장하다.
아장아장 걸어서 오는 할미꽃 어린 잎들도 보인다.
보드라운 솜털 옷이 재밌다. 그런데 할미꽃은 억울하겠다.
저 어린 새움에게 할미란 이름이 붙었으니..... ㅋㅋ
그건 그렇고
다 떠난 줄만 알았던 네가 온다.
그 맵찬 바람을 이겨내고 먼 먼 길을 돌아 온다.
그렇기에 봄은 위대하다.
찬란하다.
그리운 그 사람 오지 않는데
초록섬에 봄 온다.
이 봄이 그 사람 사는 거기에도 오는지......
(2015.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