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만 2015. 2. 12. 17:30

우리는 이제 봄에 대해 말해야 한다.

봄 뒤의 봄 풍경을 생각하고 더듬어야만 한다.

 

대체 봄은 저들의 몸에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마법에 걸린 듯

아름답고 불가사의한 봄!!!

 

버들의 몸에 푸른 핏기가 돈다. 

눈부신 햇살 아래 버들은 봄잠 중이다. 

 

지금 어느 양지바른 데서는 얼음 흙을 뚫고 쑥이며 냉이며 달래들이 고갤 내밀 것이다.  

 

머나먼 길 돌아 뒤뚱대며 오는 저것들......

 

 

 

 

봄소식/김재환

 

 

입춘이 열흘 남짓 남은 1월 한낮, 뜨락이 가만 날 붙잡는다

아직 한 줄기 온기가 필요한 화단

새벽빛이 몰래 어스름을 벗겨내듯

제 몸에 묻은 흙 툭툭, 털어내며 조심조심 내미는

저 얼굴, 

나는 지금 푸른 빛깔이라곤 하나도 없는 화단 앞에 키를 낮추고 있다  

 

놀랍게도,

지난봄은 여기서 휘황한 순금빛 복수초를 뽑아 보여주었다

내 마음 먹먹하고 열렬히 흔들리고

결코 잠결에서도 지울 수 없었던

그 꽃!

 

오오, 그래 바로 너였구나

 

헤어지잔 말도 없이 꽃잎 떨구어지듯 어느 날 불쑥

누군가를 잃은 뒤 애써 외면하던 저

꽃밭

 

느닷없는 꽃밭의 기척을 

화들짝 끌어안는,  

어루만지는, 내 눈에 흥건히 노랑물이 들었다

 

 

 

 

너는 봄의 얼굴이다.

 

두터운 얼음장을 겨우 밀치며 어린 녀석 상사화가 빼꼼 얼굴을 내민다.  

아고 저 저기, 어린 것들.......

 

가만 귀 대면 눈부신 심장소리 들릴 것만 같다.

 

 

 

 

그래, 어서 오려무나.

모진 겨울을 너는 잘도 견뎠구나.

 

참으로 장하다.

아장아장 걸어서 오는 할미꽃 어린 잎들도 보인다.

보드라운 솜털 옷이 재밌다. 그런데 할미꽃은 억울하겠다.

저 어린 새움에게 할미란 이름이 붙었으니..... ㅋㅋ

 

그건 그렇고

다 떠난 줄만 알았던 네가 온다.

그 맵찬 바람을 이겨내고 먼 먼 길을 돌아 온다.

그렇기에 봄은 위대하다.

찬란하다.

 

그리운 그 사람 오지 않는데

초록섬에 봄 온다.

 

이 봄이 그 사람 사는 거기에도 오는지......  

(2015.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