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플라스틱 빨대 -신미균

여만 2015. 2. 3. 13:56

플라스틱 빨대

 

      신미균

 

 

고작, 몸통 하나로 뒹굴고 있는

화려한 색깔도 아닌 허연 빨대

속까지 텅 비어 있어

마음대로 꺾고 접어

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것도 꺾어 접어 놓으니

슬그머니 일어나며

반쯤 펴진다.

 

세상에,

네 까짓게

하다가

 

속이 빈 나도

누군가 쉽게 보고

꺾고 접어

버리려 할 것 같아

 

꺾이고 접혀 상처 난 그를

곱게 곱게 펴주었다

 

 - 푸른 사상 시선 '웃기는 짬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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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균 : 1996'현대시'등단, 서울교육대학교 졸업, 시집'맨홀과 토마토케첩', '웃는 나무','웃기는 짬뽕'

Email: nmnmn33@hamail.net

 

 * 입춘을 하루 앞둔 점심 무렵, 우편물이 도착했다. 하얀 봉투를 개봉하니 소책자 하나.

짬뽕 국물처럼 붉은 빛 배경 속 흰 면발 같은 바탕체 글씨, 희야 이거 '웃기는 짬뽕'이다. 시집 제목이 그렇다. '웃기는 짬뽕'! 마침 때가 점심무렵이라 막 시장기가 도는데 이런 믿기지 않은 메뉴를 배달하다니....... 웃긴다. 아니다. 코끝에 전해오는 강렬한 냄새에 나도 모르게 군침이 고인다. 시장기도 도는 차에 나는 주변을 살필 겨를도 없이 다짜고짜 젓가락을 꽂는다.   

 

 그 중 몇 편을 골라 읽는데 놀랍다. 우리 주변의 하잘 것 없는 사물들에게서 얻는 생의 발견이라니. 

우리네 생을 관통하는 시인의 통찰이 깊고도 예리하다. 

시집을 보내주신 이웃친구 블로거님께 감사드리며 여기에 한 편을 골라 올린다.

(201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