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창 속의 황금 - 박형준
여만
2014. 11. 11. 07:00
창 속의 황금
박형준
겨울 오후의 창에
허물을 벗고 있다
그림자 흔들린다
겨울나무는
창 속에 살고 있다
추억은 언제나
떠나간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
나무는
창 속의 석양에 서서
눈먼 사람의 꿈을 꾼다
불 속에 서 있으면서
타지 않는 저 나무,
창 속에
하늘의 별자리를 불러 모은다
—《문예바다》2014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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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 1966년 전북 정읍 출생. 1991년 〈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빵냄새를 풍기는 거울』『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있다』『춤』『생각날 때마다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