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만 2014. 10. 14. 19:50

천천히 천천히 젖는 저 노을은 누구의 뺨이던가.

 

이 세상 어떤 것도 끝이 있게 마련,

잊은지 오래인 듯

한때 나의 대낮이었던 이는 저물녘이 되도록 소식 없고

나의 아픈 하루는 또 저리 저문다.

 

나는 아직 머물 시간이 더 필요한데

누군가의 미래를 예시라도 하듯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떠나는

저 해......  

 

지나간다. 그래, 다 지나간다.

외로운 시간도 고달픈 시간도 다....

세상은 오직 혼자서 갈 뿐,

낮을 밝히던 저 해가 저물어야 

다시 새날이 오는 것처럼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꼭 오고야 만다.

 

그러니 잘 가거라.

한때 나를 격렬하게 하던, 내 마음을 간섭하던 모든 것들아.  

 

세상 영원한 것은 없다.

그것이 만고의 이치 아니더냐.

 

그러므로 불쌍한 나여,

어짜피 갈 것은 풍선을 놓듯 놓아버리자.

내일은 또 싱싱한 태양이 뜨지 않겠냐. 

(2014.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