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소를 웃긴 - 윤희상
여만
2011. 1. 18. 09:10
소를 웃긴
- 윤희상(1961~ )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밑에서
마침 꽃이 핀 거야
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 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시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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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오는 봄엔 소가 웃는 일 많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사람들 사이에도.
꽃이 피는 일 많았으면 좋겠다. 사이사이에 꽃이 피어 소도 들어 올리고 사람도 들어 올려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일 참 많았으면 좋겠다. 오는 봄엔.... 구제역으로 뜨거운 눈물 짓는 소,돼지,사람의 눈물이 강이 되어 꽃강물로 흘렀음 좋겠다. (2011.1.19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