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만 2014. 6. 6. 06:00

놀란 귀

 

   원구식

 

 

신체의 모든 감각기관은

놀란 귀가 변한 것이다. 만물의 근원이

파동이었으므로, 최초의 신체는

그것을 감지할 두 개의 안테나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피부를 둥글게 말아 올려

쫑긋 세우고 구멍을 뚫었는데,

사람들이 이를 일러 귀라고 하였다.

처음엔 이것만으로 충분했다.

엄마의 자궁 속에서 꿈틀거리는 태아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아직은

먹을 입도,

냄새를 맡을 코도,

맛을 볼 혀도,

사방을 둘러볼 눈도

필요 없다. 최초의 파동은 아마도

쿵쾅거리는 엄마의 심장이었을 것이다.

가까이서 터지는 이 엄청난 대포 소리에

귀는 매우 놀랐을 것이다.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귀는 놀란 귀라고. 엄마의 자궁을 찢고

문밖으로 나온 놀란 귀는 더욱 놀랐을 것이다.

세상은 엄청난 파동으로 가득했다.

놀란 귀는 계속 피부에 구멍을 뚫어 나갔다.

최초의 파동이 빛이었으므로

놀란 귀는 눈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엄마의 젖을 빨고

입을 크게 벌려 소리를 지르고 싶었을 것이다.

숨을 쉬고, 냄새를 맡을

두 개의 콧구멍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놀란 귀는

두 주먹을 꽉 쥐고 높은 산 위에 올라

쏟아지는 별빛을 바라보며

이렇게 소리칠 것이다.

세상은 온통 내가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고.

놀란 귀는 더욱 놀랄 것이다.

 

    —《시작》201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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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구식 / 1955년 경기도 연천 출생. 1979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 『먼지와의 싸움은 끝이 없다』『마돈나를 위하여』등. 현재 월간 《현대시》와 격월간《시사사》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