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귀를 기울이다 -신현림
여만
2014. 5. 24. 07:00
귀를 기울이다
신현림
귓속으로 기차가 지나갔다
추운 내 몸도 덜컹겨렸다
가만가만 조용히 있으니 더 많은 소리가 들렸다
어두운 이곳에서는 소리로 더 빨리 세상이 읽힌다
셀 수 없이 아름다운 소리가 들렸다
물소리, 새소리, 지나가는 웃음소리
비단바람이 빠르게 지나가며 나와 이어졌다
잘 들을 줄 알아야 누구와도 뜻깊게 이어졌다
나는 새소리가 되고 비단바람이 되어갔다
귀 기울여 너무 먼 당신에게 닿는 꿈이
이곳을 견디게 한다
귀 기울여 당신의 슬픔에 닿고
귀 기울여 당신의 그리움에 닿고
귀 기울여 당신의 몸을 느끼고
귀 기울여 당신 속에서 나는 하나가 된다
—《시인동네》201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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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 / 1961년 경기도 의왕 출생. 19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세기말 블루스』『 해질녘에 아픈 사람』『 침대를 타고 달렸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