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황홀극치 -나태주
여만
2013. 9. 9. 07:00
황홀극치
나태주
황홀, 눈부심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함
좋아서 까무러칠 것 같음
어쨌든 좋아서 죽겠음
해 뜨는 것이 황홀이고
해 지는 것이 황홀이고
새 우는 것 꽃 피는 것 황홀이고
강물이 꼬리를 흔들며 바다에
이르는 것 황홀이다
그렇지, 무엇보다
바다 울렁임, 일파만파, 그곳의 노을,
빠져 죽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황홀이다
아니다, 내 앞에
웃고 있는 네가 황홀, 황홀의 극치다.
도대체 너는 어디서 온 거냐?
어떻게 온 거냐?
왜 온 거냐?
천 년 전 약속이나 이루려는 듯.
—시집 『황홀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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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 1945년 충남 서천 출생. 1963년 공주사범학교 졸업. 초등학교 교사로 43년 동안 일하다가 정년퇴임.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당선. 시집 『대숲 아래서』외 여러 권. 현재 공주문화원장으로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