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유턴을 하는 동안 -강인한

여만 2013. 8. 5. 07:00

 

유턴을 하는 동안

 

         강인한

 

 

좌회전으로 들어서야 하는데

좌회전 신호가 없다

지나친다

한참을 더 부질없이 달리다가 붉은 신호의 비호 아래

유턴을 한다

들어가지 못한 길목을 뒤늦게 찾아간다

 

꽃을 기다리다가 잠시 

바람결로 며칠 떠돌다가 돌아왔을 뿐인데

목련이 한꺼번에 다 져버렸다

목련나무 둥치 아래 흰 깃털이 흙빛으로 누워 있다

 

이번 세상에서 만나지 못한 꽃

그대여, 그럼

다음 생에서 나는 문득 되돌아와야 하나

한참을 더 부질없이 달리다가 

이 생이 다 저물어 간다.

 

             ( 2010. 1. 16 ) <시로 여는 세상> 2010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