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그 빛을 찾아간 적 있다 - 전향
여만
2013. 7. 19. 07:00
그 빛을 찾아간 적 있다
전 향
수채화가 좋아
밥 먹는 것도 잊고 그린 적 있다
하늘빛 나뭇빛 풀빛 꽃빛
맑고 투명함이 좋아
그 빛을 찾아간 적 있다
붓질을 해도 오지 않는 빛을 찾아
이 물감 저 물감 자꾸만 섞어 본 적 있다
종이도 없고 붓도 없고 팔레트도 없이
이 세상 뿌려진 빛은 눈부시기만 한데
많은 물감들을 욕심껏 끌고 와
이리 그리고 저리 그려도
잘 그리려는 내 욕심만큼
거무칙칙한 빛으로 변해만 가고
물을 적당히 머금어야
두껍지 말고 가벼워야
맑은 빛이 곁을 내준다는 것을
수채화를 배우며 알았다
—시집 『그 빛을 찾아간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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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 / 경북 김천 출생. 2005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시집 『그 빛을 찾아간 적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