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여만 2013. 7. 8. 07:00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1970~ )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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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가끔 시인의 몸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궁금하다. 아마도 비어 있다가 정답일 것이다. 그럼으로써 사물과 풍경을 담아내고 또 그것에 들기도 하는 것이리라. 여린 꽃자루가 밀어 올리는 꽃을 그대라 할 수 있는 사람, 꽃 피는 과정을 떨림으로 지켜보는 사람, 꽃벌 한 마리 꽃(그대) 핀 몸속으로 날아들 때 아득해지고 뜨거워져 끝내는 꽃 피는 처음부터가 내 일이었다는 듯이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시냐고 천연스럽게 묻는 사람이 시인이다. “슬픔일 때 곡비(哭婢)가 되고 기쁨일 때 연인이 될 줄 아는” 김선우 시인은 작은 떨림을 울림으로 바꿀 줄 안다. 작고 소소하고 약한 것일수록 더 깊이 강하게 끌어안아 이처럼 뭉클한 무엇으로 살려낸다. 이 봄, 그의 몸에 또 무엇이 들어 있을까.

 

  곽효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