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민물 -고영민
여만
2013. 6. 27. 07:00
민물
고영민
민물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약간 미지근한
물살이 세지 않은
입이 둥근 물고기가 모여 사는
어탕집 평상 위에
할머니 넷이 나앉아 소리 나게 웃는다
어디서 오는 걸까, 저 민물의 웃음은
꼬박 육칠십 년,
합치면 이백 년을 족히 넘게
이 강 여울에 살았을 법한
강 건너 호두나무 숲이 바람에 일렁인다
긴 지느러미의
물풀처럼
어탕이 끓는 동안
깜박 잠이 든 세 살 딸애가
자면서 웃는다
오후의 볕이 기우는 사이,
어디를 갔다 오느냐
이제 막 민물의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
아가미의 아이야
—《시인동네》201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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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 / 1968년 충남 서산 출생. 2002년 《문학사상》등단. 시집『악어』『공손한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