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가 다르네요
거실 창문으로 보이는 정원, 울긋불긋한 꽃이 이제 하나 둘 피어 즐겁게 한다.
가까이 가 보면 이제 민들래꽃도 제법 피어난다. 나는 일부러 민들레꽃을 보기 위해 잔듸밭에 농약을 치지 않는다. 꽃도 보고 잎을 말려 차도 끓여 마시고 일거 양득이다. 민들레꽃이 피어날 때면 잔디밭이 온통 노랑바다를 이룬다. 노랑바다하니 문득 떠오르는 한 사람 있다. 아프다.
수선화가 하나 둘 하얀 얼굴을 내밀었다. 노랑 수선화는 언젠가 집을 비운 사이 누구 나물캐러 왔다가 셈이나 뽑아가 버렸다. 수선화 옆에는 백합이 제법 많이 순을 올렸다. 아쉽게도 여기에 담진 못했다. 수선화 사이로 달맞이꽃 새순이 보인다. 수선화 앞에는 달맞이꽃밭이다.
3년 전에 심은 앵두나무가 작년부터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개량종이라 심었는데 제법 알이 굵어 어지간한 체리 만하다.
정매라는 꽃나무인데 활짝피게 되면 빨갛게 물드는 꽃이 아주 탐스럽고 예쁘다. 꽃이 너무나 예뻐 올해는 양재 나무시장에 나가 두 그루를 더 구해와 심었다.
라일락꽃도 꽃망울을 맺고 있다. 나는 안방 창문 앞 가까이에 라일락나무를 심어 놓았다.
꽃이 피면 창문가 책상에 앉아 책을 읽으면 향기가 창문틈으로 새어 들어와 참으로 기분이 좋다.
이 뜰 구석구석에서는 지금 조개나물, 꿀꽃, 금강초롱, 둥글레, 참나리, 원추리, 씀바귀, 엉겅퀴, 벌개미취, 취나물, 노루오줌, 패랭이, 각시붓꽃.... 이 차례로 꽃을 피울 것이다. 안타깝게도 금방울꽃은 작년 가뭄에 운명을 달리했다.
꽃대를 올리고 있는 금강초롱.... 곧 앙증맞은 초롱을 가에 나란나란 매어달 것이다.
조개나물.... 제법 많이 자랐다. 핑크빛과 자붓빛 두 종류가 있는데 모두 다 자라고 있다. 꿀꽃처럼 계속 꽃대가 자라면서 차례로 아래서 부터 위로 층층이 핀다.
엉겅퀴.....
쇠0... 뭔데 생각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아, 생각났다. 먹쇠채~!!! 꽃이 피면 노랗게 피는 것이 씀바귀와 비슷한데 꽃술이 겹으로 더 많다. 곧 피울모양인지 꽃망울이 맺혔다. 먹쇠채 너머 남산제비꽃 무리가 자라고 있다.
야생 패랭이 꽃이다. 화원에서 파는 개량종은 벌써 꽃을 피웠는데 야생은 다르다. 아마도 한 여름에 피는 것으로 기억 된다. 수풀 속에서 빨강꽃 얼굴을 내미는 모습이라니.... 생각만 해도 보고 싶다.
무성한 원추리꽃 순이다. 2년 전 지인으로부터 몇 포기 옮겨와 심었는데 이렇게 번졌다. 작년에는 산에서 고라니가 내려와 새순이 나기만 하면 뜯어먹어버려 꽃을 보지 못했다. 올핸 고라니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울타리를 쳐 놓았기에 이렇게 남아났다. 목 길게 내밀어 노랑꽃을 피울 것이다.
단감나무 밑에 심은 각시부꽃인데 벌써 꽃대를 밀어올린 놈도 있다. 옆에는 복수초와 노루귀, 할미꽃이 함께 자라는 곳이다. 세갈래의 진자줏빛 꽃이 피면 얼마나 예쁜지.....
섬에서 자생하는 참나리꽃대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야생 씨앗을 구해와 몇 해전에 뿌렸는데 이제는 너무나 많이 번져 주체를 할 수 없을 정도다. 꽃은 보기가 좋은데 어찌해야 할 지 고민거리가 생겼다. 사이사이 제비꽃 무리가 보인다.
진달래도 무리를 지어 심었더니 제법 보기 좋다. 뒤곁에는 자목련나무가 있기에 백복련 두 그루를 심고 사는 길에 2만원을 주고 목단 한 그루를 사 함께 심었다. 아침저녁으로 살금살금 걷는 나의 자그만 뜨락, 전원생활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
멀리 수령이 오래된 갈참나무가 있다. 저 나무 7부 높이 쯤에 까치집이 있었는데 작년 큰 바람에 까치집이 허물어져 떨어졌다. 그런데 올해에는 짓지 않아 아쉽다. 거실에서 까치집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