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만 2012. 7. 24. 09:00

파묘(破墓)

   김정희


흰 장갑들이
둥근 방의 속 門을 열기 시작하자
앞서 뛰어 들어간 빛이
잠깐 사이에 검은 안개를 몰아낸다
침묵의 또아리가 서서히 풀려 나온다
맨 밑바닥에
金氏 있다
오래도록 입고 있던 뼈의 옷은
시간이 다 벗겨내었으리라
그는
本質만으로 눈부시게 떠서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흰 장갑들이 그를 들어 올린다
머리 가슴 팔뼈와
머리에서 이탈했던 희끗한 머리칼들이 지상으로
짧은 한 다리뼈도 춤을 추듯
절룩이던 생애를 매달고 올라온다
그것들을 바람이 받아 안아
백지 위에 눕힌다

몇 시간 뒤면 그는
지상을 뜰 것이다
불의 너울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아무도 볼 수 없는 데로
갈 것이다

상수리 나뭇가지에서
새가 운다

-----------------
김정희 인천 출생. 2000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 인천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빈터' 동인. 시집 『산으로 간 물고기』『벚꽃 핀 길을 너에게 주마』

  * 결국 나도 너도 우리도 이렇게....

아웅다웅 티격태격 갑론을박 살아가야 하는

아, 우리 생의 이 초라한 가벼움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