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만 2012. 7. 10. 09:00

아침 이슬

        문정희




지난밤 무슨 생각을 굴리고 굴려
아침 풀잎 위에
이렇듯 영롱한 한 방울의 은유로 태어났을까
고뇌였을까, 별빛 같은
슬픔의 살이며 뼈인 생명 한 알
누가 이리도 둥근 것을 낳았을까
고통은 원래 부드럽고 차가운 것은 아닐까
사랑은
짧은 절정, 숨소리 하나 스미지 못하는
순간의 보석
밤새 홀로 걸어와
무슨 말을 전하려고
아침 풀잎 위에
이렇듯 맑고 위태한 시간을 머금고 있는가 


     ―《서시》2007, 가을호
-----------------
문정희 / 1947년 전남 보성 출생. 동국대 국문학과 졸업. 같은 대학원 졸업. 196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남자를 위하여』『오라, 거짓 사랑아』『양귀비꽃 머리에 꽂고』『나는 문이다』외 다수.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현대문학상 등 수상. 현재 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