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 이우성
사람들
이우성
나는 나에게서 나왔다 예전에 나는 나로 가득 차 있었다
입안에서 우성이를 몇 개 꺼내 흔든다
사람들은 어떤 우성이를 좋아하지
우성이는 어둠이라고 부르는 곳에 살았다
그때는 우성이가 다를 필요가 없었다 심지어 미남일 필요조차
그러나 가장 다양한 우성이는 우성이었다
공기의 모양을 추측하는 표정으로 사람들이 서 있다
우성이가 사실인지 어리둥절하다
우성이를 만진다
우성이가 자신과 똑같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러나 우성이가 모두 다르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나는 내가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수십 수백만 개의 우성이가 떠오를 거라고 말했다
—시집『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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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 1980년 서울 출생. 2009년 〈한국일보〉신춘문예에 「무럭무럭 구덩이」가 당선되어 등단. 『GQ』 『DAZED AND CONFUSED』 를 거쳐 현재 『ARENA』의 피처 에디터. 시집『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
* 이 시를 읽은 첫 느낌, 시가 이럴 수도 있구나, 였다. 뭐랄까, 환상적인 그런 느낌이랄까. 뜻을 놓쳐 행간에 도돌이표를 놓아가며 읽기를 몇 번, 그래 맞다, 읽다가 무릎을 치게 된다. 사실 우리는 나 자신 속에 수많은 나를 발견하게 된다. 하루라는 시간 속에서도 순간순간 변하는 나를 만난다. 때로 놀랍기도 하고 때로 기특하기도 대견하기도 가련하기도 비굴하기도 ........ 그런데 무엇보다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닌 타인에 의해 선택된 나를 만날 때는 참으로 낯설고 못 마땅하다.
시인의 말처럼 타인이 좋아할 나를 내 안에서 몇 개 꺼내 흔들어 보이는 나를 상상해 본다. 갑자기 인생이 우습고 씁쓸하다. 공기의 모양처럼 나라는 형상은 모두 같지만 매순간 만나는 나는 다른 나일 뿐이다. 불현듯 만나는 내 자신에게 스스로 놀라울 때도 많다. 형상이 같은 그러나 모두 다른 수십 수백만 개의 나는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인가.
(2012.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