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마누라 음식 간보기 - 임보
여만
2012. 7. 3. 09:00
마누라 음식 간보기
임 보
아내는 새로운 음식을 만들 때마다
내 앞에 가져와 한 숟갈 내밀며 간을 보라 한다.
그러면
"음, 마침맞구먼, 맛있네!"
이것이 요즈음 내가 터득한 정답이다.
물론, 때로는
좀 간간하기도 하고
좀 싱겁기도 할 때가 없지 않지만―
만일
"좀 간간한 것 같은데" 하면
아내가 한 입 자셔 보고 나서
"뭣이 간간허요? 밥에다 자시면 딱 쓰것구만!"
하신다.
만일
"좀 삼삼헌디" 하면
또 아내가 한 입 자셔 보고 나서
"짜면 건강에 해롭다요. 싱겁게 드시시오."
하시니 할 말이 없다.
내가 얼마나 멍청한고?
아내 음식 간 맞추는 데 평생이 걸렸으니
정답은
"참 맛있네!"인데
그 쉬운 것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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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보 / (본명 姜洪基) 1940년 전남 곡성 출생. 1962년 서울대학교 국문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196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임보의 시들』 『山房動動』 『木馬日記』, 『은수달 사냥』, 『황소의 뿔』, 『날아가는 은빛 연못』, 『겨울, 하늘소의 춤』『구름 위의 다락마을』 『운주천불』『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가』『자연학교』『장닭 설법』.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국문과 교수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