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꿈꾸는 돌 - 강인한
여만
2012. 5. 22. 10:27
꿈꾸는 돌
강인한
나는 당신 호주머니 속에 들었어요.
당신은 나를 가졌어요.
아주 가까이 나는 당신의 심장 뛰는 소릴 들어요.
손가락에 꾹 힘을 주고 벽을 밀어요.
의심하지 말고,
조용히 숨을 멈추세요.
오래지 않아 당신 몸이 스르르 벽을 통과하듯이
다음 백 년 너랑 살자,
달 없는 밤 나를 끌어내 손잡고 도망치는 모습.
간절하게 간절하게 마음속에 비춰보세요.
단단하게 뭉치고 또 뭉쳐 보세요.
이것이어요, 꿈꾸는 돌.
이 돌 속으로 걸어 들어간 내 하얀 맨발이
달 없는 밤이면 보일 거여요.
당신 가슴에 대고, 당신 붉은 피를 스르르 흘려 넣은
한 덩이 꿈같은 사랑.
가지세요, 모두 가지세요.
- <사람의 깊이> 2010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