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테베트 노스님의 뒤를 따라 걷다 - 문태준
여만
2012. 5. 17. 09:24
테베트 노스님의 뒤를 따라 걷다
문태준
낡고 헐거운 옷을 입고서
가다 멎고 가다 멎으며
뒤를 두되 새의 발자국처럼 가르스름하게
시간의 맨 끝에 선 듯 오래 헤아리며
허리를 아주 구혀서
모란꽃의 보드라운 붉은 둘레라도 선 듯이
그리던 당신의 눈동자를 바라볼 때처럼
고요하고 사랑의 감정으로
가고 가는 행인(行人)으로서
가되 어차피 덜 도달하게 되리라는 예감으로
- 문태준의 '먼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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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고려대 국문과 동 대학원 국문과 졸업,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처서'외 9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제미' '그늘의 발달' 동서문학상,노작문학상,유심문학상,미당문학상,소월시문학상 등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