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사과 온라인 - 최문자
여만
2012. 4. 19. 11:41
사과 온라인
최문자
사과 세상이다
사과로 두 권의 시집을 사고 슬픈 영화 한 편을 봤다
슬픈 영화도 사과로 보면 슬프지 않다
눈 뜨자마자 사과를 켜 놓는다
나는 닫고 먼지처럼 일어나는 누군가의 귀 언저리와 목소리를 켜 놓는다
사과를 쪼개면 사방연속무늬 시간의 무덤이 보인다
나까지 백 속에 스티브 잡스의 무덤을 넣고 다닌다
벌레의 이름으로 119를 부르고 새의 이름으로 말기 췌장암 친구 이야기를 하다가 짐승의 기호로 딸을 불러낸다
무럭무럭 사과가 자라나는 사과 세상을 만들고 그는 사과 뉴스를 들으며 죽었다
에덴동산으로부터 시작된 사과 사건
백설공주가 먹고 쓰러진 독 사과로부터
빌헬름 텔의 아슬아슬한 사과
여신들의 싸움판에도 황금 사과가 끼어든다
뉴턴을 향해 떨어지던 사과나무를 심고
꽃 사과 코스가 있는 애플 밸리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스피노자와 잡스가 심은 두 그루의 사과 위에서
우리는 끝없이 얼음을 지친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소리 없는 물속으로 들어간다
울고불고 사과에 목을 매다 컬러풀한 사과를 들고 잠든다
사과는 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