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물의 혀 -나석중
여만
2012. 3. 2. 17:02
물의 혀
나석중
저 달덩이 같은 몽돌을 보면
물의 혀가 대단하다
물의 혀는 그 촉감 얼마나 보드라운지
돌끼리 부딪쳐 깨지고
솟아난 날카로운 모서리들을
통증조차 느낄 수 없도록
가만가만 핥아 주었을 것이다
오히려 돌의 상처를 씻어내던 혀가
갈기갈기 해지고
닳고 닳았을 것이다. 아팠을 것이다
그러나 물의 혀는
돌을 갉는 鼠生의 치열처럼 정연하고
닳으면서 또 길어났을 것이다
나도 거듭나기 위하여
바닷가에 와서 나 하나의 몽돌로
누워 물의 혀를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