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번진다는 것 - 문정영
여만
2012. 3. 1. 11:01
번진다는 것
문정영
번진다는 것은 무서운 것이다
누군가의 마음이 녹슨 철길 너머로 봄풀 번지듯
건너오는 것이 보이고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약이 없다는 것
산다는 것은 서로 번져서 푸르거나 붉게 물든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하루가 내게로 시간차 없이 건너온다는 것
혀의 아래쪽이 때때로 마른다는 것
봄풀 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젖어있다는 것
마른다는 것이나 젖은 것도
다 번지는 것 속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번진다는 것
때로 아픈 것이다
—시집 『잉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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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영 / 195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1997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하여 시산맥 동인으로 활동. 시집으로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낯선 금요일』『잉크』가 있음. 현재 시전문지 《시산맥》 발행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