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만 2011. 10. 19. 09:00

 

입술 

               이홍섭

 

 

수족관 유리벽에 제 입술을 빨판처럼 붙이고

간절히도 이쪽을 바라보는 놈이 있다

 

동해를 다 빨아들이고야 말겠다는 듯이

입술에다 무거운 자기 몸 전체를 걸고 있다

 

저러다 영원히 입술이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

유리를 잘라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시라는 게, 사랑이라는 게

꼭 저 입술만 하지 않겠는가

 

                  —《시인시각》201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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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섭 / 1965년 강릉 출생. 1990년 《현대시세계》로 등단. 시집 『강릉, 프라하, 함흥』『숨결』『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