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남해 유자 주무르면 - 김영남

여만 2011. 9. 30. 08:00

남해 유자 주무르면

                            김영남

  

향기로운 시간 속으로

누가 올 것만 같다

벌써 오고 있다

아름다운 사람이 와

담벼락을 돌아갔다

 

그러자 그 자리

환한 전등이 내어 걸린다

깔깔깔 웃음소리 굴러 나오고

 

웃음에 얻어맞은 난

파란 멍이 만져진다

 

내 멍도 그 사람 따라

담벼락 위로 올라갔으면 좋겠다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가

불빛에 익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누가 그걸 또 주무르고 있나

소곤거리는 소리, 흥얼흥얼하는 소리

 

누구세요?

들어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