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기억
최호빈
창문을 기웃거리는 사람처럼 돌을 본다
돌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를 본다
돌은 어쩌면 땅을 딛고 있는 딱딱한 물
물고기는
돌처럼 소란을 피우지 않는다
그러나
헤엄은 계속되고 있다
빛을 피해
조금씩 물고기가 얼굴의 위치를 옮기고 있다
그것은
물고기가 돌 속에서 숨 쉬는 이유
물고기는 돌의 주인
네가 돌에 구멍을 뚫자
한 방울의 물이 새어 나오고
물고기가 빠져나온다
물의 마법이 풀린다
지금 네가 보고 있는 것은
그저
돌의 그림자에서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
생각이 어딘가에 잠긴다
어딘가에서 생각이 궁금해진다
그것은
돌을 집어 들었던 너의 손에서 비린내가 나는 이유
—《문장웹진》201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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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빈 / 1979년 서울 출생. 2012년〈경향신문〉신춘문예 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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