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간절한 것이
김연성
아직도 간절한 것이 남아 있다면
아직도 물컹거리는 비린내가 남아 있다면
저 아파트 앞, 가파른 오르막 같은
숨차오르는 언덕이 남아 있다면
아직도 누군가 어둑어둑 내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면 아직도
끈적끈적 그 발자국 남아 있다면
지나간 하루와 남아 있는
하루는 얼마나 뒤척여야 푸른 밤이 되는가
내일이 오는 동안 나는
또 얼마나 나를 퍼내야 하나
어쩌다 흘린 검은 비 같은 것이
지워지지 않는 얼룩 같은 것이
내 안에 고스란히 고여 있다면
흘러가지 않고 덕지덕지 붙어 있다면
한 순간 눈물처럼 왈칵 쏟아진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간절해야
깊은 웅덩이가 되는가 아직도
간절한 바람이 잎잎이 흐느낀다면,
- <시와 사상 겨울호>
-----------
김연성 1961년 강원도 영양출생. 2005년 계간 <시작>으로 등단.
'살맛 나는 방 > 시집 속에서 꺼낸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살나무- 박남준 (0) | 2012.09.26 |
---|---|
폐선들 - 이재무 (0) | 2012.09.25 |
첫 펭귄 - 문정영 (0) | 2012.09.23 |
피어싱 -양애경 (0) | 2012.09.21 |
겨울 호흡 -이은규 (0) | 2012.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