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방/시집 속에서 꺼낸 詩

꽃단추 외 1편 -손택수

여만 2011. 12. 9. 10:00

꽃단추

 

             손택수

 

 

내가 반하는 것들은 대개 단추가 많다

꼭꼭 채운 단추는 풀어보고 싶어지고

과하게 풀어진 단추는 다시

얌전하게 채워주고 싶어진다

참을성이 부족해서

난폭하게 질주하는 지퍼는 질색

감질이 나면 좀 어떤가

단추를 풀고 채우는 시간을 기다릴 줄 안다는 건

낮과 밤 사이에,

해와 달을

금단추 은단추처럼 달아줄 줄 안다는 것

 

무덤가에 찬바람 든다고, 꽃이 핀다

용케 제 구멍 위로 쑤욱 고개를 내민 민들레

지상과 지하, 틈이 벌어지지 않게

흔들리는 실뿌리 야무지게 채워놓았다

 

  — 시집 『나무의 수사학』

 

-------------------

손택수 / 1970년 전남 담양 출생. 부산에서 성장. 1998년 〈한국일보〉신춘문예에 「언덕 위의 붉은 벽돌집」 당선. 시집 『호랑이 발자국』『목련 전차』『나무의 수사학』. 현재 실천문학사 주간.

 

 <하나 더>

 

해바라기

 

          손택수

 

 

여름 활활

다 태우고

까만 기억들, 촘촘히 박혀있다.

 

담 넘어

고개숙인 가을이

거기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