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단추
손택수
내가 반하는 것들은 대개 단추가 많다
꼭꼭 채운 단추는 풀어보고 싶어지고
과하게 풀어진 단추는 다시
얌전하게 채워주고 싶어진다
참을성이 부족해서
난폭하게 질주하는 지퍼는 질색
감질이 나면 좀 어떤가
단추를 풀고 채우는 시간을 기다릴 줄 안다는 건
낮과 밤 사이에,
해와 달을
금단추 은단추처럼 달아줄 줄 안다는 것
무덤가에 찬바람 든다고, 꽃이 핀다
용케 제 구멍 위로 쑤욱 고개를 내민 민들레
지상과 지하, 틈이 벌어지지 않게
흔들리는 실뿌리 야무지게 채워놓았다
— 시집 『나무의 수사학』
-------------------
손택수 / 1970년 전남 담양 출생. 부산에서 성장. 1998년 〈한국일보〉신춘문예에 「언덕 위의 붉은 벽돌집」 당선. 시집 『호랑이 발자국』『목련 전차』『나무의 수사학』. 현재 실천문학사 주간.
<하나 더>
해바라기
손택수
여름 활활
다 태우고
까만 기억들, 촘촘히 박혀있다.
담 넘어
고개숙인 가을이
거기 서 있다.
'살맛 나는 방 > 시집 속에서 꺼낸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각이 달라졌다 -천양희 (0) | 2011.12.12 |
---|---|
알고 있니 -손수진 (0) | 2011.12.10 |
꽃 앞에서 바지춤을 내리고 묻다 -복효근 (0) | 2011.12.08 |
늙은 거미 -박제영 (0) | 2011.12.06 |
한해살이 -박해림 (0) | 2011.12.05 |